| 제목 | 백범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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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고윤채(이화여고) | 개최일 | 2026-0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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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범 일 지 이화여자고등학교 1학년 애반 고윤채 역사 시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김구'라는 이름을 수없이 들었다. 시험 문제를 맞히기 위해 연도를 외우고, 업적을 암기하던 나에게 김구 선생님은 그저 박물관에 계신 박제된 위인과 같았다. 하지만 이번 백범일지는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책은 단순히 김구 선생님의 대단함을 자랑하는 위인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김구 선생님이 상해 임시정부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독립운동을 하던 시절, 고국에 있는 두 아들에게 아버지가 살아온 길을 들려주기 위해 쓴 편지 형식의 기록이다. "너희들이 커서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할 때 이 글을 읽어라"라는 마음으로 쓰인 문장들은 고등학생인 나에게도 마치 옆에서 할아버지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처럼 따뜻하고도 절절하게 다가왔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교과서 속의 딱딱한 영웅이 아닌, 고민하고 아파하며 끝내 승리한 한 인간의 진심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김구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나는 위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비범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김구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름이었던 '김창암'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오히려 더 고집 세고 말썽꾸러기인 아이였다. 가난한 상민의 집안에서 태어나 양반들에게 무시당하고, 신분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떠올리게 했다. 가장 감명 깊었던 대목은 그가 자신의 외모와 처지를 비관하다가 '관상' 공부를 시작했을 때다. 그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이 복이 없고 흉하게 생겼다며 한탄했다. 그러다 우연히 관상 책에서 "얼굴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는 구절을 발견한다. 이 문장은 소년 김창암뿐만 아니라, 외모지상주의와 성적 지상주의가 대부분인 요즘의 학생들에게도 큰 깨달음을 주었을 것이다. 그는 그때부터 잘생긴 사람이나 똑똑한 사람이 되기보다 '마음이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이 결심이 결국 그를 평생 흔들리지 않는 독립운동가로 만든 뿌리가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가끔 남들보다 뒤처지는 성적 때문에 속상해하곤 했다. 하지만 김구 선생님은 겉모습은 바꿀 수 없어도 내 마음의 생김새는 스스로 가꿀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셨다. 나도 이제는 남에게 보여지는 나보다, 내 안의 진실한 마음을 먼저 돌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김구 선생님의 청년기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군 장교를 처단하고 사형 선고를 받았을 때, 그는 두려워하기보다 당당했다. 감옥 안에서 죽음을 기다리면서도 그는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았다. 함께 갇힌 죄수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책을 읽어주며 그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긍정의 힘'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형 집행을 앞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타인을 돕고 공부를 멈추지 않는 그 기개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 것은 아마도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는 확신과 나라를 향한 지독한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고종 황제의 특사로 겨우 목숨을 구하고 감옥을 탈옥한 뒤에도 그는 편안한 삶을 택하지 않았다. 교육자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농민들을 일깨우는 길을 택했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무서워서 숨어 지내거나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편하게 살고 싶은 유혹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구 선생님은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낮은 곳으로 내려갔다. 스스로 백정(가장 천한 신분)과 범부(평범한 사람)의 앞 글자를 따서 '백범'이라는 호를 지은 것도, 가장 낮은 사람들이 깨어나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이런 겸손함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중반부로 넘어가면 무대는 중국 상해로 옮겨진다. 3.1 운동 이후 세워진 임시정부에서 김구 선생님은 거창한 직함이 아니라 '문지기'가 되기를 자처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가장 낮은 일부터 하겠다는 그 마음가짐이 너무나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자금이 부족해 끼니를 굶는 일이 허다했고, 일본의 감시와 방해는 날로 심해졌다.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며 그는 '한인애국단'을 조직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이봉창 의사와 윤봉길 의사의 거사를 준비한다. 책에서 묘사된 윤봉길 의사와의 마지막 아침 식사 장면은 이 책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시계는 이제 몇 시간밖에 쓸 일이 없다며 김구 선생님의 낡은 시계와 바꾸자고 했던 윤봉길 의사의 제안, 그리고 그를 사지로 보내며 "후일 지하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며 눈물을 흘리던 선생님의 모습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나는 그동안 독립운동가들을 그저 용감한 영웅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도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친구였으며, 죽음이 두려운 인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폭탄을 던지고 목숨을 바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과 후손들이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분들의 시계는 멈췄지만, 그 덕분에 나의 시계는 오늘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책의 마지막 부록인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는 이 책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부분이다. 김구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돈이 아주 많거나 군사력이 강해서 남을 위협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지 않으셨다. 그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었던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었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은 전율 그 자체였다. 1940년대, 당장 먹을 쌀도 없고 총칼에 짓밟히던 시절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나라는 다양한 K-POP 가수들과 영화 등의 영상 콘텐츠로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다. 김구 선생님이 꿈꾸셨던 '아름다운 문화 강국'이 8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무력이 아닌 사랑과 평화, 예술과 도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나라를 꿈꾸셨다. 이는 오늘날 갈등과 다툼이 많은 우리 사회, 그리고 입시 경쟁에 매몰된 우리 학생들에게도 꼭 필요한 가르침이다. 남을 짓밟고 1등이 되는 것보다, 나의 재능으로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강대국으로 가는 길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 또한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나만의 '문화의 힘'을 길러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 백범일지를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창밖으로 보이는 평범한 풍경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깨끗한 거리, 한글로 된 간판, 자유롭게 떠드는 친구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김구 선생님과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피땀 흘려 지켜낸 소중한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 김구 선생님은 나에게 묻는 것 같았다. "너의 소원은 무엇이냐?"라고 말이다. 이전까지 나의 소원은 단순히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나중에 연봉이 높은 직업을 갖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의 소원은 조금 더 넓어졌다. 김구 선생님이 스스로를 낮춰 '백범'이라 불렀던 것처럼, 나도 나의 자리에서 정직하게 노력하며 우리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비록 나는 아직 어리고 부족한 학생이지만, 선생님이 강조하셨던 '마음 닦기'부터 실천해 보려 한다.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타인을 배려하며, 우리나라의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바로 하늘에 계신 김구 선생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후의 나는, 읽기 전의 나보다 조금은 더 성숙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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