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

수상작 소개

수상작 소개 상세내용
제목 백범과 스승
작성자 김예진(영암여고) 개최일 2025-09-05

백범과 스승

 

영암여자고등학교 

2학년 2반 김예진


여태 지난 날들을 생각해본다면 나는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마냥 순탄하지 않았고 여러 두려움과 좌절을 안고 있었던 만큼, 그럴 때마다 그보다 더 커다란 양질의 사랑은, 뜻하지 않던 순간마다 모르는 게 많았던 나에게 어떻게 방향을 재설정하는지, 혹은 나의 작은 그릇의 크기가 더 커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그렇게 나는 다정의 속도를 가진 벡터들을 모으며 자랐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벡터들의 시점에는 커져가는 나를 줄곧 지켜 봐 온 수많은 선생님들께서 자리를 잡고 계셨다.

그래서 백범 김구 선생님의 <백범일지>를 읽으며 인상이 깊게 남았던 여러 내용들 중에서도, 나는 김구 선생님의 스승이었던 고능선 선생님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사람은 뜻하던 일에 대해 실패를 하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적지 않은 좌절과 슬픔, 그리고 심지어는 상실감을 느낀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동학 운동에 실패했던 당시 스물의 김구 선생님이 느꼈을 좌절 또한, 그 크기는 결코 작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자 당시 김구 선생님의 스승이었던 유학자 고능선 선생님은 “본뜻만 변치 말고 쉼 없이 고치고 쉼 없이 전진하면 반드시 목적지에 다다를 날은 오기 마련이다.”라는 위로를 건넸다. 그 밖에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김구 선생님이 의문을 가질 때면 고능선 선생님은 김구 선생님에게 그 방향과 크기를 잡을 수 있도록 여러 격려를 북돋아 주셨다.

이후 김구 선생님은 상하이 임시정부 주석을 비롯한 항일운동과 여러 활동들을 하셨고, 김구 선생님의 <백범일지> ‘나의 소원’ 부문에는 그런 김구 선생님의 생각들이 적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는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라는,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라는 김구 선생님의 이 두 가지 생각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자신에게 아픈 기억을 안겨 준 상대에게 쉽사리 자비를 베풀 수 있을까? 그것은 어떻게 보면, 그동안 느꼈을 설움보다도 더 막대한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김구 선생님은 그 막대한 사랑을 가지고 계셨고, 나는 여러 사랑들 중에서 적어도 일부는 고능선 선생님의 격려가 있었기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김구 선생님 또한 <백범일지>에서 두 아들들에게 ‘스승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셨던 만큼, 어쩌면 스승이라는 건 가르침 그 이상의 가치를 주는 사람이지 않을까.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며 <백범일지>를 다 읽고 나서는, 나도 누군가에게 스승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다정도 지능이라는 세상에서, 김구 선생님에게 다정의 폭을 넓히는 방법을 알려 주었던 고능선 선생님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다정을 머금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택한 건 ‘경청’이었다. 경청은 그 어떤 심화된 지성이나 감성도 요구되지 않지만, 눅눅히 쌓인 설움들을 가만히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정말 어렵지 않은 방법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털어내고 싶어하는 순간들은 적지 않기 마련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사랑을 잠시 잊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또한 책을 다시 정독하면서, 나는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통해 접하게 된 ‘부조리’가 생각났다. 부조리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의 뜻이 있다. 알베르 카뮈가 책에서 논했던 부조리는 ‘인간의 한계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도덕적, 사회적으로 옳지 않은 일들’을 의미했다. 후자의 관점에서, 사실 우리는 세계와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부조리를 불가피하게 마주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마주하는 부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부조리들에 대항하여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다정을 통해 부조리를 이겨내는 방법을 알아가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방법을 알려주는, 부조리를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스승이 되고 싶고, 서로가 서로에게 그러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랑’의 글자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데에는 사람이 서로의 모난 모서리 하나까지 다 감싸줄 때 비로소 사랑이 된다는 까닭이 있음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말과 상응하는 순간들을 찾기에는 각박한 세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말인즉슨, 점점 우리에게 무력감을 동반한 슬픔을 가져다주는 부조리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유 의지를 가지고 사랑을 할 수 있는 인격체를 가진 인간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며 다정한 벡터의 시점이 되어주는 서로의 ‘경청 스승’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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