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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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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소개

수상작 소개 상세내용
제목 백범 김구의 시대정신과 통하다
작성자 김태희(삼현여고) 개최일 2017-09-19 조회 58

백범 김구의 시대정신과 통하다



삼현여자고등학교

1학년 5반 김태희



올 여름은 시작도 빨랐지만 눅눅한 습기를 먹은 더위의 기승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여름 방학 전 받아든 백범일지는 가뜩이나 방학 같지 않아 보이는 고등학교 첫 방학의 부담에 그 무게를 슬쩍 더 하고 있었다. 교과서를 통해 내가 알고 있는 김구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정통성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위기 속에 지켜낸 인물이며 분단을 막아보려 마지막까지 애썼던 민족지도자라는 것뿐이었다. 더하여 역사는 관점에 따라 달리 평가된다고는 하지만 결국 그가 테러리스트였고 정치적 야망을 품은 정치가였다는 해석의 기사까지 접했던 터라 우리 학교의 정신적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그와 곽낙원 여사의 동상을 떠올려 보건데 어쩐지 시작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백범일지는 그의 관점에서 그의 정신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난 글이기에 스스로가 바라보는 자신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진실과 설득력이 가장 우선한다는 생각, 무조건적인 존경도 비판도 아닌 인간 김구를 알고 싶다는 것, 더 나아가 한 세기가 넘어가는 시대의 차이를 두고 그 분과의 소통이 가능할까? 라는 물음표를 가지고 난 방학 내내 결코 쉽지 않게 백범일지를 마주했다.

 

그리하여 내가 만난 백범의 가장 큰 키워드는 배움이었다.

김구는 누구나 배움의 열정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배움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교나 책이 아닌 모든 삶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나아가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동학, 갑오개혁을 시작으로 계속되는 정치개혁, 불평등한 조약들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격동의 시대와 한번쯤은 들어봤을 듯한 무수한 인물들과의 만남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생생한 역사 속에 그는 구경꾼이 아닌 한가운데 서 있었으며 어느 한 순간도 무상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 없었다. 그가 향하는 발걸음에는 목적이 있었고 목적이 생겨났다. 신분을 숨기고 피신해야 하는 타의적 상황 속에서도 자연, 인물, 사건 그가 접하는 모든 것들은 그의 경험이 되었고 자신의 것으로 발전시켰다.(덕분에 나는 무엇보다 생생한 역사와 견문록을 접할 수 있었다.) ‘문지기이기를 자처하고 발이 되고자 했으나 결과적으로 민족의 지도자가 되었고 머리가 된 삶의 가장 큰 바탕은 이렇게 다져진 가치관과 철학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나아가 그는 소명감을 가지고 자신의 배움을 전하는 교육자였다.

집안끼리의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배우자로 맞아야 하는 시대에 배움을 결혼의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던 그는 옥살이를 하면서도 죄수들에게 글과 학문을 가르치고, 옥살이를 하고 나오자마자 한 일 역시 학교로 돌아가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교육과 깨우침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 수 있는 그의 가장 확실한 신념이었다.

 

그리고 나는 너무나 견고했던 독립에 대한 의지와 신념에 가려 미처 몰랐던 따뜻한 인간애를 책 곳곳에서 보물찾기처럼 찾는 즐거움을 경험했다. 나는 어떠한 사상, 종교, 문화보다도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뜨거운 애국심은 만인이 아는 일이기에 굳이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부모님께는 자식으로 아들에게는 아버지로 온전히 그 곁을 지키지 못함에 미안해하며 최선을 다하려 했던 모습과, 시대적 대의에 목숨을 바쳐야 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 독립운동으로 남은 가족들을 챙기기 위해 애쓰며, 배고픔에 꺾였던 자신의 의지를 책망할 만큼 몸 하나 지키기도 어려운 옥살이 중에도 다른 이들을 걱정하며 음식을 챙겨주고, 주애보에게 제대로 된 작별을 고하지 못한 것을 끝내 미안해하는 모습 등... 그는 목적을 위해 목숨을 내어던질 수 있는 차가울 만큼 강직한 사람이기 이전에 사람을 애틋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내면이 따뜻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시대를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김구를 한 세기 이전을 살았던 위인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내게 현실적인 조언이나 위로가 되어 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친척끼리 앉은뱅이를 만들고 죽음을 앞둔 부모님께 보일 수 있는 효심이 넓적다리를 베는 일이었던 시대의 상상이 쓸데없는 잔인한 잔상이 되고, 고문으로 기절하고 깨어나기를 반복하면서도 호통을 칠 수 있는 기개와 거적 같은 신발을 끌며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날들을 살면서도 독립에 몸 바치던 시절은 어쩔 수 없이 흑백 처리된 영화처럼 남을 뿐이었다.

 

김구 선생이 지금 이 시대를 산다면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소위 말하는 전형적 흙수저였거나 현실에 타협할 수 없는 급진적인 진보주의자 따위의 생각에 닿았을 무렵이었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투자자 짐 로저스의 강의를 보게 되었다. 그는 경험을 통한 미래예측으로 미래학자에 가까운 평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청년들이 안정성을 이유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 없는 대한민국은 투자의 매력이 전혀 없다고 했다. 미래를 읽지 못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나라로 평가받음에 불쾌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고 느끼면서도 그것을 고쳐나갈 의지도 없고 큰 미래에 대한 준비보다는 그냥 주어진 조건에서 욕심을 버리라고 합리화시키고 있는, 내게는 이 여름의 무더위보다 후덥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짐 로저스는 시청단의 질문에 답해 청년들에게 세 가지를 조언했다. 순간 그의 조언과 백범일지가 오버랩 되기 시작했다.

 

첫째, ‘다른 사람이 당신의 생각을 대신하게 하지 마라

김구는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판단했던 사람이었다. 예로 고능선 선생이 기독교에 입문한 오랜 친구와 절교할 정도로 신문물을 멀리하여, 후에 많은 것을 공부하고 온 김구를 걱정하여 말리는 내용이 있다. 김구가 매우 존경하여 섬기는 분이였음에도, 그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낡고 오래된 학문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믿었고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는 그가 확고한 신념으로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했던 일화 중의 하나이다.

 

둘째, ‘철학을 공부하라

생각 없는 움직임은 힘이 없다는 것을 김구는 알고 있었다. 예로 그는 목적도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의병에 뛰어들었다 잡혀 들어온 죄수를 보고 그 의병이 힘도 못써보고 패한 이유를 알겠다고 했었다. 철학은 생각의, 생각은 행동의 길잡이이다.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 실패를 해도 굴하지 않고 일어서고, 더 높은 길을 밟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셋째, ‘미쳐라. 적당히 미치지 말고 단단히 미쳐라

인생의 목표를 찾고 그 목표를 향한 열정. 곁의 지인들이 무모하다 말릴 만큼 강렬했던 삶과 그의 기록은 충분히 이 세 번째 조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과거를 살았던 백범 김구 선생이 현재의 내게 전하는 그의 기록에 현재와 미래를 통하는 시대정신이 온전하게 담겨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21세기를 사는 나와 김구 선생이 통할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아직도 늦더위는 계속되고 습기 먹은 공기가 지루한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방학 내내 나를 지배했던 무기력함과 게으름을 적당히 합리화시키고자 찾고 있던 이유들에서 벗어나야 할 시간이다. 머뭇거리고 있는 내게 김구 선생께서 환한 웃음으로 말씀하신다. 기다리고 꿈꾸는 계절을 마음 한 가득히 담고 살라고, 뜨겁게 뛰는 심장 박동으로 너의 꿈을 그리고 세상을 향해 스스로를 믿고 열심히 달려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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