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의 소원 

삼호고등학교 허영민

어렸을 때 ‘김구선생님 위인전’을 읽어 본 적이 있다. 임시정부 주석으로 ‘한인 애국단’을 조직하여 ‘이봉창의거’, ‘윤봉길의거’ 등을 지휘하며 독립운동을 했고, 1945년 광복 이후에는 신탁 통치 반대 운동과 미소 공동위원회 반대 운동을 추진하였으며, 1948년 1월부터 남북 협상에 참여하며 통일을 위해 애쓰시다 암살당한 어렴풋한 기억과 얄팍한 지식으로 백범일지를 만나보기로 했다. 백범일지는 선생님의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나는 역사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책속에서 발견하고 그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가면서 책을 읽었다.

김구 선생님은 두 아들에게 자신을 본받을 필요는 없지만 자식이 성장하여 아비의 일생 경력을 알려 주고 싶어 일지를 쓰는 것이라 했다. 자신의 업적보다는 인간적 면모를 털어놓고 있어서 그랬을까?. 그래서인지 김구선생님이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그런 것처럼 선생님의 어릴 적은 순수했고 천진난만한 개구쟁이였다. 아버지 돈을 몰래 꺼내어 떡을 사먹으러 가기도 하고 비가 내려 넘친 샘에 빨간 물감, 파란 물감을 섞어 어우러지는 것을 보고 좋아하다가 어머니께 매를 맞기도 하는데, 항상 지조 있고 겸손하게 살았을 것 같은 나의 생각과 많은 차이를 안겨준 부분이라 좀 당황스러웠으나 신격화된 김구 선생님이 아닌, 인간적인 김구 선생님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선생님에게는 이러한 순수한 면모와 동시에 학구적인 면도 있었다. 가난한 농민의 외아들이었는데 그 가난 속에서도 꿋꿋이 학문에 열중했다. 또한 교육이 나라를 살리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교육에 대한 선생님의 신념은 새로운 국가에서는 교육과 문화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한때나마 과거 등을 통해 입신을 꿈꾸기도 했지만 부정부패에 실망한 선생님은 그때 당시의 우리나라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학에 투신하게 되었다. 또 젊은 날 명성황후가 시해되는 비극적 상황에서 일본 첩자를 살해하여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다. 기울어가는 조국의 모습을 보며 비분강개하던 젊은 날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1912년에는 일본의 호적에서 벗어날 생각으로 이름을 김창수에서 김구로 개명하고 호를 ‘백범’이라 정하였다. 호를 백범으로 정한 것은 백정, 범부들이라도 애국심이 당시의 선생님 정도는 되어야 완전한 독립국민이 되겠다는 바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것으로 보았을 때 선생님은 걷고자 했던 독립은 몇몇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모든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듯하다. 이후 선생님은 많은 사람들의 구심점으로서 독립운동을 이끌어감으로써 한국 독립운동에 빛나는 발자취를 남기게 된다.

국권상실 후에 의분으로써 독립을 위한 치열한 삶을 살아오던 선생님은 기미독립운동 후에 중국으로 건너가 임시정부의 수립에 힘을 보탠다. 이로부터 선생님의 지난했던 독립 투쟁이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독립투쟁의 역사는 백범 선생님의 개인사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만큼 선생님이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큰 것이었다. 결사단체인 ‘한인 애국단’을 조직, 1932년 일본왕 사쿠라다몬 저격사건, 상하이 훙커우공원 폭탄투척사건 등 이봉창, 윤봉길 등의 의거를 지휘하였고, 임시정부 군대를 조직하여 일본에 무장 투쟁을 이끈 것도 바로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1940년 민족주의자들의 단일조직인 한국독립당을 조직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에 선출되었다. 한국광복군 총사령부를 설치하여 1941년 12월 9일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대일선전포고를 하고, 광복군 낙하산부대를 편성하여 본국 상륙훈련을 했다. 광복군이 일본과 직접 싸워 나라를 되찾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 손으로 나라를 찾았다면 지금처럼 북한과 남한으로 헤어지지 않고 하나의 통일 된 조국이 되었을 것이라고 강조하시던 중3때 국사 선생님도 생각이 났다. 우리의 힘으로 조국을 되찾지 못했던 역사의 비극을 생각하고 암울해 하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해방 후에도 분단된 조국에서는 미래가 없음을 알고, 끝까지 조국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노력하시던 선생님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셨다. 평생을 독립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 살아왔지만 그 열매가 반쪽짜리 열매임을 알았을 때 선생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백범일지의 <나의 소원>에서 선생님은 이와 같이 적었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요.’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우리나라의 독립이요.’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셋째 번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 높여서,‘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선생님이 그토록 원하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선생님의 소원은 우리가 뚜렷한 민족의식을 가지고 타국을 선도하는 문화적 강국이 되었을 때 비로소 이루어 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생님의 소원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선생님의 소원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나라가 걸어온 힘들었던 역사의 과정을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지나온 역사를 잊어버린다.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의식이 없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을 것이다. 백범일지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선생님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나 자신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잡아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