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님께 드리는 글

(백범일지를 읽고)

배화여자고등학교 2학년

박경랑

백범 김구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로 18번째 해를 맞게 된 고등학생 박경랑입니다. 며칠 전에 선생님께서 쓰신 백범일지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 솜씨지만 몇 자 써내려 나가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시대의 진정한 교육자이십니다. 국민성을 보존하는 것이나 수정하고 향상하는 것이 문화와 교육의 힘이고, 산업의 방향도 문화와 교육으로 결정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구절에 저는 마음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평소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나라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받는다면 주저 없이 참된 교육이라 대답하겠다고 마음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민주주의 정치 또한 좋은 교육에서 나올 것입니다.

아울러 선생님께서는 나라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부족한 아이들에게 민족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학교를 세우시고 가르치셨습니다. 이는 조선의 완전한 독립과 더불어 더 나아가 현 대한민국의 완전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사전에 피나는 노력을 하신 바와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간절히 바라시고, 소망하시고 염원하시는 나라를 온전히 완성하지 못한 것 같아 현재 국민의 한사람으로 송구스럽습니다.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국가는 저희들이 원하는 데다 나아가 이 나라의 미래 인재들도 희망할 것이며 해외에 흩어져 사는 교민들까지 기대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지구 곳곳에 위치한 다른 나라들도 일일생활권 지구촌 시대에 교육과 문화를 통한 민주주의와 세계평화 실현의 과정에 모범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에 따라 현재 대한민국의 국민은 모두 선생님의 바람을 가슴 속에 지니며 삶의 나침반처럼 여겨야할 것입니다.

또, 선생님께서는 민주주의를 언론의 자유, 투표의 자유, 다수결에 복종이라 하셨습니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래로 선각자와 민중들의 피땀으로 투표의 자유와 다수결의 원칙은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으나 어찌된 것인지 언론의 진정한 자유는 아직도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저의 꿈은 기자인데, 위와 같은 사실이 훗날 세상의 진실을 사람들에게 전하리라고 굳게 결심한 제 마음을 답답하게만 합니다. 고등학생에 불과한 미숙한 제 마음도 그러한데, 언론의 자유를 항상 갈구하고 갈망하는 진정한 언론인들은 오죽 가슴이 막힐지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강자에 비굴하거나 약자에 횡포를 부리는 언론은 참된 언론이 아닙니다. 칼과 돈에 굽히지 않는 펜이라야 진정한 언론이자 존경받을 수 있습니다.

현실 속 존재하는 사실보다는 머릿속의 오판과 세상을 바라보는 비뚠 시각이 극단적인 양극화로 나뉜다는 사실은 분통스럽기도 합니다. 지금 세상은 양쪽으로 나뉘어 서로 헐뜯지 못해 안달입니다. 왜 우리는 한 마음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나 신자유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족정신을 근본에 두고 나라의 발전을 위한 한 마음이 되지는 못하고 각 계층끼리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안타까워 올리는 하소연입니다. 제가 기자라는 천직을 가질 즈음엔 서로의 이익을 위한 시각보다는 진정한 진실 하나만으로 글을 쓰고 입을 여는 시대가 오겠지요? 만약 그때도 오지 않는다면 선생님께서 나라의 도덕적인 길을 위해 인생을 되돌아보며 기록을 남겼듯이 저도 감히 선생님을 따라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위해 인생을 쓰는 기자가 되렵니다.

선생님, 저도 대한민국이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소망합니다. 하지만 저는 최우선으로 부국강병한 나라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라고 남기신 글을 보았을 때, 남의 침략에 가슴 아팠던 우리 조상님들이 겪었을 고통과 설움에 울컥하였고 오직 부국강병 생각으로 우리 조상님들이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하셨다는 것을 왜 깨닫지 못하였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밀려 왔습니다. 다시 한 번 선생님과 같이 나라를 사랑하셨던 분들의 인의, 자비, 그리고 사랑의 깊이에 놀라고 감탄합니다. 우리의 먼 조상님들이 중요시하였던 인후지덕을 이미 선생님께서는 실천하고, 또 후세를 위해 교육하셨던 것입니다. 제가, 아니 저를 포함한 현 세대들이 선생님의 나라를 사랑하시는 마음과 덕망을 본받으려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기주의의 풍토에서 벗어나 우리 가족을, 우리 이웃을, 우리 국민을 잘 살게 하는 마음과 자유를 추구해야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또, 선생님께서는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고 힘든 일을 내가 앞서 하는 것은 사랑하는 동포를 아끼는 것이고 즐거운 것을 남에게 권하는 것은 사랑하는 자를 위하는 것’ 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국가 이전 가족, 아니 학급의 장으로서 반 아이들을 위해서 진정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위함이 있었는가?’ 하는 생각으로 저의 지난날들과 삶의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은 타인과 함께 민족을 사랑하는 것으로 내 주변인에 대한 배려로부터 시작된다는 이치를 지금에야 깨달은 것입니다.

선생님, 저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현재 서대문 형무소에서 역사 해설자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 갈 때마다 애국지사 분들의 아픈 과거사를 되새기며 다시는 이 나라에 아픔이 오지 않게 하리라고 다짐을 해보기도 합니다.

막상 제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해주는 입장이 되다보니 전에는 몰랐던 것을 더욱 알게 되었습니다. 남에게서 역사를 배우는 입장일 때는 그저 듣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만 집중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누군가에게 짧은 시간이라도 지난 역사를 해설할 때는 사뭇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피 흘려 일구어내신 독립정신과 투쟁역사에 대한 경애감도 들지마는, 무엇보다도 듣는 이들이 역사의식, 민족의식을 가져야 할 텐데, 내 설명을 듣고 선조들이 얼마나 힘들게 나라를 지키려고 했는지 알고 그에 따라 우리도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할 텐데 하는 해설자로서의 조바심에 가슴이 울렸습니다. 선생님께서 양산학교에서 소학생들을 가르치실 때는 어떤 심정 이셨는지요? 감히 부족한 제 경험에 빗대어 선생님의 간절하셨던 마음을 추측해봅니다.

서대문 형무소의 어느 따스했던 봄날이었습니다. 저는 해설을 원하는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드디어 기다리던 분들이 도착했습니다. 아주머니 몇 분과 큰아이, 작은 아이 다양하게 있더군요. 요즘 어머님들은 자식들의 역사인식에 관심이 많으시구나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임시정부의 수립 패널 앞에서 저는 선생님에 대해 설명을 하였고 임시정부 요인들 대부분이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사실을 말할 때는 듣는 이 모두 안타까운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감방을 나와 많은 애국지사 분들이 순국하신 사형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을 때, 한 학생이 제게 질문을 했습니다. 왜 선생님께서 임시정부를 상해에 세우셨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한국사 수업시간에 배운 것이 있어 대답해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대답에 만족하지 못해 그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고작 ‘치외법권을 인정받은 외교적 중심지’ 라는 답변만 해줄 수 있었던 탓에 제 얕은 지식이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항상 해설봉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 역사 공부의 필요성입니다. 그러던 참에 선생님께서 쓰신 자서전을 읽게 되었고 매우 도움이 되어 감사의 말씀을 이 편지로나마 전하겠습니다.

선생님, 우리나라가 사랑의 덕과 법의 질서로 가득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신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또, 자유를 확보하는 정치양식의 건립과 국민교육을 완비하여 나라를 이끌어가는 미래의 주역이 되도록 갈고 닦고자 합니다. 선생님과 다른 순군선열 분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약속을 드리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2014년 4월 14일

박 경 랑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