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의 오아시스에서 백범 김구를 말하다

김천고 2학년 조용근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백범 김구에 대한 전기문을 통하여 김구 선생님의 존재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그 당시의 나는 대한민국의 역사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지만 그러한 어린 나에게도 김구의 모습은 ‘본받을 만하다.’ 싶었는지 그 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모님께 김구에 대하여 물어본 것이 생각난다. 부모님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대신하여 백범일지를 나에게 건네주셨다. 8살밖에 되지 않았던 나는 책의 두께를 보고 기겁하여 어머니께 책을 읽어달라고 투정을 부렸었는데 당시에 어머니께서 읽어주신 부분이 바로 ‘나의 소원’ 부분이었다. 어린 나에게 그 내용의 모든 것이 이해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어려운 부분을 다 읽었다는 사실에 심취하여 마치 ‘백범일지’의 모든 내용을 이해한 듯 그 책을 책꽂이 깊숙한 곳에 넣었었다.

그러고는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백범일지의 부분적 내용을 끊임없이 접해왔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얻은 정보를 끼워 맞추며 내 마음 속의 백범일지를 완성해가던 중 문득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를 읽어보고 싶다.’하는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이러한 생각만을 가지고 1년이 흘러 드디어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진정한 백범일지, 즉 김구가 쓴 백범일지를 읽어보았다. 그 내용은 실로 나에게는 감격스러움으로 다가왔다. 부분적으로 얻은 정보를 재구성한 것에 불과한 중구난방의 내 마음 속 ‘백범일지’에서 찾을 수 없는 김구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초등학교 시절부터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던 ‘백범일지’를 현재 완료형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 동기부여 받아 다시 읽게 된 백범일지를 통하여 나는 그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값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백범일지’의 일지란 일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 입각하여 ‘일기라는 제목에 비하여 내용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라는 내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나의 그러한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이 책을 통하여 백범이 말한 ‘일지’는 ‘일기’가 아닌 ‘특별한 일을 기록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백범일지는 글의 도입 부분부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나에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주며 내용이 시작된다. 나에게 시작 부분부터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백범일지’는 ‘일지’라는 제목에 걸맞게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사건 하나하나가 신선한 내용들이다. 이러한 내용을 읽으며 나는 수많은 교훈들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기에 나에게 백범일지는 ‘김구 선생께서 선사한 회초리’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백범일지를 읽으며 모든 내용에서 감동을 받았지만 그 중 5가지만 선택하라 말한다면 나는 “김구의 어린 시절, 치하포 사건, 감옥에서의 생활, 이봉창·윤봉길 에피소드, 나의 소원”부분이라 말할 것이다.

김구의 어린 시절을 보면 “정말 파란만장 하였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김구는 태어날 때부터 순탄치 못하였다. 난산으로 태어나 좋지 못한 가정형편으로 인하여 어린 시기에는 젖을 먹지 못하고 묽은 죽을 먹으며 생활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과거에 급제하겠다는 뜻을 세우고 끝까지 공부하는 모습에서 내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부모님께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나의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이 부분을 통하여 나는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 치하포 사건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사건인가? 책에 등장하는 김구는 국모의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무장한 일본인에게 홀로 덤벼 맨손으로 싸워 이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일본인을 칼로 난도질한다는 것이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가지도록 만들지만 상황에 관계없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에 옮기는 김구의 모습은 나로 하여금 과거를 되돌아보도록 만들어 주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리더가 되고 싶다며 반장 등의 직책을 수행하며 김구와 같은 솔선수범의 모습은 보여준 적이 없었다. 과연 나는 진정한 리더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선택의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했던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던 나의 행동을 반성해 보았다.

세 번째는 김구의 투옥 생활이다. 김구는 약 5번의 투옥 생활을 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감옥의 수감자들을 교화시키거나 교류를 통하여 그들과의 인연을 넓혀 나간다. 그 속에서 그는 도적에게서 교훈을 얻어 훗날 그것을 독립운동에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온 국민에게 칭송받는 위치에 있는 지도자가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쉬운 일인가? 모두들 범죄자나 도적과 함께 있는 것을 꺼려한다. 나 또한 그러한 상황에 처한다면 그들과 말을 섞기 보다는 홀로 있는 것을 선호하였을 것이다. 난 어떠한 사람도 포용하며 그 속에서 교훈이 될 만 한 점을 찾는 김구의 모습에서 사람을 대할 때에 편견을 가지고 행동하던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네 번째는 이봉창·윤봉길의 에피소드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이 에피소드에서 나는 김구의 애국심뿐만 아니라 이봉창 의사와 윤봉길 의사의 애국심까지 엿볼 수 있었다.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시점에서 단 두 사람이 나라가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었다. 이 부분을 보며 나는 나라를 생각하는 그들의 애국심과 행동을 통하여 나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애국심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소원’부분이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어머니를 통하여 들었던 이 부분을 내가 직접 읽으니 그 글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의 감정은 과거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김구는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라고 말한다. 과연 ‘김구 선생께서 원하시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노력하고 있는가? 김구 선생께서 현재 우리나라를 보시면 만족하시겠는가?’를 우리는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가 한 평생을 바쳐 지키고 가꾼 금수강산을 이제까지 나는 당연히 나에게 주어진 것이고 또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크게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백범일지를 읽으며 내가 우리나라에서 행복을 느끼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선조들의, 특히 김구 선생님의 노력 덕분이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우리나라를 더욱 깨끗하고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즉, 처음에는 백범일지에 대한 현재 완료를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하였지만 백범 선생께서 나에게 주신 교훈은 언제까지나 현재 진행이며 나는 앞으로 그 교훈을 잊지 않겠다는 생각을 백범일지를 읽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김구, 모든 국민을 위하여 행동하고 조국을 위하여 행동하였던, 그 이름도 찬란한 백범 김구, 그는 갔지만 그의 정신은 우리의 산천에, 우리의 정신 속에 영원히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