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사랑하는 한 뜻 한 마음 실오라기가 모여 민족을 위한 큰 밧줄이 된다면....

휘문고등학교 김민형

 격동하는 근현대사 현장에서 우리나라 대한민국과 그 삶을 같이하신 백범 김 구 선생님.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지위고하, 이념갈등,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백범선생님이 언급되듯이 선생님께서는 명실 공히 민족의 지도자이며 스승으로서 널리 존경을 받고 있다. 나 역시 어렸을 적부터 백범 김구 선생님을 막연하게 존경했었고 ‘선생님께서 암살을 당하시지 않고 조금만 더 오래 살아계셨더라면 우리 역사는 달라졌을 텐데...’하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리며 나 혼자 상상의 나래에 빠지곤 했던 경험도 있다.
 백범일지는 이번이 나에게는 두 번째의 두드림이다. 초등학교 시절 비록 어린이 문고였지만 필독도서로 한번 접한 경험이 있었고, 이번에 다시 접하니 같은 내용의 책이지만 그 내용의 다가옴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다르게 느껴졌다. 예전 국어 선생님께서 ‘다 읽은 책이라고 밀쳐놓지 말고, 후에 그 책을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시각 또 다른 감동으로 전해 올 것이다. 그러하니 같은 책을 최소 두 번은 읽어 봐라.’ 라고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처음 어린이의 시선으로 접했을 때는 백범선생님이 성장하시면서 벌어지는 여러 일화들, 또 역사책에서 등장하는 큰 역사적 사건의 스토리 전개, 또 여러 순국열사(殉國烈士)의 중심에 서 계시는 독립운동의 영웅으로서의 백범 선생님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로 읽었던 것 같다. 그러나 몇 년이 흘러 이번에 다시 접한 백범일지는 영웅 백범이 아니라 인간 백범으로의 고뇌와 갈등이 내 마음속에 다가왔다.  
늘 가족보다 동지와 조국이 먼저이셨지만, 독립투사의 가족으로 겪어야 하는 모진고초로 자신의 가족이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실 때 그 가슴이 얼마나 찢어지셨을까? 이런 비범한 마음가짐은 백범선생님의 부모님 특히 어머님으로 부터 교육받은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팔순생신잔치도 마다하시시고 ‘그 돈으로 권총을 사서 일본 놈들을 죽이라’며 돈을 더 보태어 청년단에 하사한 일이며, 자신 때문에 고생하시는 어머님 모습에 백범선생님께서 눈물을 보이며 마음이 흔들리시자 60이 넘은 초로의 선생님을 가차 없이 회초리로 꾸짖으셨다는 내용을 보며 ‘어머님의 기개를 그대로 물려 받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이번에 백범일지를 읽으면서 처음 백범일지를 접할 때 보다 ‘아 내 생각도 많이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몇 년이 흐른 후 사회에 나아가 나에게 또 다른 고민이 생길 때 백범일지를 꼭 다시 읽어보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김구 선생님의 백범이라는 호는 백정(白丁)과 범부(凡夫)의 준말이라고 한다. 백범께서도 서대문 감옥에서 출소하실 때 왜의 민적(民籍)에서 벗어나는 굳은 결심의 표로 이름도 구(龜)에서 구(九)로, 호도 백범(白凡)으로 바꾸셨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하등사회 곧 백정과 범부들도 완전한 독립국민의 애국심을 갖기를 바라셨으며 평범한 곳에 있는 이 땅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했던 것이 김구 선생님의 뜻이셨다.
 우리 인생의 큰 전환점마다 통과의례가 있듯이 나에게도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중요한 시기인 올해, 백범선생님의 호처럼 나야말로 일개 범부(凡夫)에 지나지 않지만 백범일지를 손에 든 이 순간만큼은 ‘항상 최선을 다 해야겠다’ 는 굳은 결심을 해본다.
 책의 말미에 나오는 그 유명한 백범의 <나의 소원>에는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우리나라가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선도자가 되어 진정한 세계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의 정신을 길이길이 갈고 닦고 보존하여 우리 민족이 나아갈 지표로 삼기 위한 작업은 분명 남겨진 우리 후손의 몫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백범 김구 선생님이 현세대 에게 바라시는 게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남북통일과 세계 속의 한민족공동체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한민족 공동체’ 너무나도 당연한 이 말이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국토가 분단된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너무나도 갈 길이 멀어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오는 것은 비단 나 하나뿐일까? 희망적이든 수많은 난관이 있든 민족 공동체를 위한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최우선되는 중요한 사안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같은 민족이니 당연히 하나로 뭉쳐야 할 이 당연하고 간단한 일을 우리는 현재까지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통일(統一)이라는 말이 우리 민족의 숙원으로 가슴에 맺혀진지 오늘도 60여년이라는 세월에 하루를 보태고 있다.
 그러나 나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 모두에게 통일을 진정으로 원하는가 묻는다면, 과연 이 당연한 일이 우리 모두가 진정 무조건적으로 원하는 일일까? 자문해 볼 일이다. 야누스의 두 얼굴과 같이 우리 모두 겉으로는 통일이 빨리 되어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마음 깊숙한 곳 에서는 통일이 되면 우리에게 더 손해가 되지는 않을까? 지금 분단 상태의 안정이 통일 후의 혼란보다 더 낫지 않을까? 이기적인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며칠 전 이산가족 상봉의 TV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느꼈듯이 우리 민족은 단일민족으로서 반드시 통일된 한 국가를 이루어야 한다. 백범께서 그렇게 염원하시다 돌아가신 것처럼 통일문제는 손익계산으로 따질 수 없는 우리민족의 염원이 담겨 있는 중요사안이고 설령 실리주의적 관점에서 이모저모 따져 보아도 통일이 가져다 줄 실질적 이익은 막대하므로 통일은 우리세대가 꼭 이루어야 할 과업일 것이다.
 ‘망우 추모 공원 순국선열 탐구 봉사동아리’ 중학교 때 부터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봉사동아리의 이름이다. 망우 추모 공원 묘역에 잠들어 계신 순국선열의 묘역을 돌보면서 나라사랑과 작가들의 삶과 생애를 통해 우리 청소년의 삶을 성찰하고 우리의 문화와 역사의 뿌리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 하는 취지로 한 달에 한 번씩 망우공원에 정기적으로 모여 활동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동아리이다.
 담당선생님께서 망우리 공동묘지로 우리를 인솔하실 때 하필 많고 많은 장소 중에서 왜 공동묘지일까?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의아해 했던 생각이 난다. 내가 생각하는 ‘망우리 공동묘지’는 명절 때만 되면 조상들께 성묘하려는 차량으로 줄을 잇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 국립묘지에 계시는 줄 알았던 순국선열들의 묘가 안장되어 계시다는 사실을 그 곳에 방문해서야 처음 알게 되었고 묘역을 둘러 볼 때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은 후손으로서 잊고 지냈음에 대한 죄송함 이었던 것 같다.
 그 동안 이름으로 만 뵈었던 여러 순국선열들을 뜻하지 않게 이 망우 추모공원에서 처음 만나 뵙게 되었다. 독립운동, 문학작품, 예술분야, 각자의 분야 속에서 한 획 한 획을 그었던 저명인사들이 ‘망우 추모공원’ 이라는 작은 공간에 안장되어 계신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웠고, 비로소 이곳이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살다 간 그 분들과 후손들을 이어주는 끈이라는 것이 그분들의 비명(碑銘)을 하나하나 읽어보며 가슴속에 확 와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왜 국립묘지가 아닌 작은 공원묘지에 묻혀 계실까 의아해 했지만 이 공원 또한  순국선열들을 조금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작지만 뜻 깊은 공간임을 알게 되었고 이 분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역사를 교실이 아닌 현장에서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으로 독립 운동가이시자 주옥같은 시를 남긴 만해 한용운 시인이 계신 곳이 나에게는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
 ‘아 님 은 갔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님 은 갔습니다. 님 은 갔지만은 우리는 님 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한민족이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는 것은 인류가 공통으로 가진 본성으로써, 이 같은 본성은 남이 꺾을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스스로 자기 민족의 자존성을 억제하려 하여도 되지 않는 것이다.’라고 씌어 있는 그 분의 비문(碑文)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백범일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의 현재의 모습이 백범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열들의 피와 눈물로 이루어 진 것이며,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인 한용운시인까지도 험한 독립운동가의 길을 함께 걸으셨다고 생각하니, 일제 강점기의 모든 국민에게 나라의 독립이야말로 종교, 사상, 직업, 감수성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신념이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몇 번 망우 추모 공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치신 순국선열들의 허전한 묘역과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功德)’의 묘역에는 항상 싱싱한 꽃다발이 멈추지 않는 것을 보고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한국까지 와서 자기네 일본인의 무덤에 일부러 찾아와 꽃다발을 놓고 일 년에 한 번씩 그분의 기일인 4월 2일이 되면 추모식을 갖는 일본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순국선열들을 너무나 잊고 살아왔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나부터 망우 추모 공원’에 잠들어 계신 독립유공자를 비롯한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기리고, 그분들이 잊혀 진 이름이 되지 않도록 묘역을 돌보고 가꾸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또 다음 후손에게 그 분들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아닐까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우연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이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지 95주년이 되는 날이다. 조간신문에 밸런타인데이로 알려진 2월 14일이 안중근의사 사형선고일이라는 것이 SNS로 알려지면서 그의 가묘가 있는 효창공원을 찾는 이가 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았다. 아니 그런데 가묘라니? ‘고국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긴 안중근의사의 유해를 죽을 때 까지 되찾으려했던 백범선생님의 노력에도, 아직 그 유해를 모셔오지 못하여 가묘형태로 있다고 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고 후손으로서 너무나 부끄러웠다. 아침에 태극기를 달면서 과연 우리가 백범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제대로 기리고 있나 반성하였다.
 나에게 이런 마음가짐을 다시하게 된 계기가 되어 준 백범의 파란 만장한 삶의 역정을 그린 자서전 ‘백범일지’
 마지막으로 백범선생님의 그 유명한 ‘나의 소원’을 마음속에 깊게 되새겨본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나님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독립이요"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 독립이오" 할 것이요, 또 "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셋째 번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고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