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의 빛

현대청운고등학교 2학년 이지원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났던 게 하나 있다. 현대청운고의 교가 중 한 구절이기도 한 '겨레의 빛이어라..'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겨레의 빛이 되는 법.. 그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이제부터 그 느낌을 함께 나누려고 한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땐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질릴 법도 한 '백범일지'라는 제목 앞에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백범 김구 선생님의 ㅂ자라도 깨우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반, '흔히 우리가 존경한답시고 역사책에서나 뵙고 치워버리는 독립운동가의 지루하고도 안타까운 생애만이 펼쳐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반이 내 머릿속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책 읽기는 생각과는 다르게 공감과 깨우침, 그리고 반성의 시간을 거치며 진행되었다.
 첫 번째로 공감의 시간. 솔직히 가난이라는 건 나 또한 어릴 때부터 지독하게 경험해봤다. 그래서 내가 왜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 왜 남들이 말하는 성공이라는 단어에 가까워져야만 하는지.. 지긋지긋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왔다.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어릴 적부터 배우기를 즐겨하시고 어려운 형편에도 동학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었듯이 나 또한 어릴 때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즐겨하고 또, 그만큼 배워보고 싶은 것도 정말 많았던 것 같다. 어려운 형편에도 내가 기죽는 게 싫어서였는지 아무 말 없이 다 뒷바라지 해주시던 부모님이 백범 김구 선생님의 부모님과 겹쳐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솔직히 놀랐다. 아직도 내 가슴 속에 눈물이 흐른다는 것을 알고 말이다. 마음이 흘리는 눈물. 그것은 진작에 흘렸어야 할 눈물이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바꿔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이 세상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기엔 너무 어렵고 힘들다는 걸 진작에 알아버려서 였을까. 정의에 눈 뜨기보다는 요령과 지름길에 눈이 멀었고,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자 위대한 조상님들의 후손이라는 그 명예를 버리고, 그저 눈앞의 욕심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나의 지난 삶. 이 책은 그런 내가 내 삶을 뒤돌아서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뒤늦게 뒤돌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삶이, 내가 원했던 가치관이, 쌓여 왔을 거라 믿었던 내 맘속의 정의가 내 뒤에 없었다. 소치 올림픽을 보면서 다른 나라 심판진의 편파판정에 분노하며, 함께 소리 내서 억울해하는 게 애국이라 여기고 있었고, 지금까지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성공하려는 마음가짐이 내 안에 있었다. 그런데 내가 겪은 가난보다 더한 가난 속에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어려움보다 더 큰 역경을 겪어야 했던 그 시대 속에서, 김구 선생은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을 추구하며 지켜 나갔다. 처음에는 가난이라는 조그만 단어에 공감하고 나를 합리화했지만, 책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백범 김구 선생님의 생애에, 그 철학에, 그 마음가짐에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깨우침의 시간. 내가 가장 깊이 그리고 많이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진정한 용기의 자세였다. 인생에 있어서 내게 가장 부족했던 것은 용기였다. 그걸 드디어 알게 된 것이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것도. 초심을 잃고 헤맸던 것도. 불의를 보고도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모두 용기가 부족해서였다. 그에 반해 맨손으로도 칼로 무장한 일본인을 상대할 수 있었던, 독립운동가로서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활동할 수 있었던 김구 선생은 내겐 눈곱만치도 없는 용기를 몸에 철철 두르고 있는 분이셨다. 자기 전체를 희생하면서도 한 순간도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은 진정한 용기를 가지고 지혜롭게 사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솔직히 아직도 이렇게 추상적으로나마 겨우 나의 깨우침을 설명하지만, 내가 나를 동정하고, 나를 불쌍히 여기는 그런 마음으로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백범 선생님의 그 피가 내 몸속에도 돌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면서도 이 깨달음을 어떤 용기를 사용해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하루 종일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나의 일상생활 속에서, 학교생활 속에서, 가정생활 속에서 내 용기를 드러내는 법. 이건 인터넷에 검색을 해서, 남에게 물어봐서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나의 철저한 마음가짐에서 우러나오는 용기. 그것이 아마 내 삶 속에 드러날 진정한 용기이리라. 나에게 잠시나마 찾아온 이 깨달음의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을 놓치면 마치 두 번 다시 깨달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반성의 시간. 난 백범일지를 읽은 그날부터 자기 직전 반성의 시간을 꾸준히 가졌다.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백범 김구 선생님처럼 독립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민족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라 먼저 지금까지 이렇게 다져온 나의 습관들을 고치고 바로 세우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매일 갖는 반성의 시간은 내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하루를 돌아보면서 하나라도 후회되는 일이 있으면, 그 곳에 얽매여 '안 이랬으면 좋았을텐데..'라는 후회만을 반복하다 잠든 나의 예전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길러왔던 그 불굴의 투지를 살리고, 잠시 쉬고 있던 나의 정의감을 불태우고,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을 되새기고, 내가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얻은 과제다. 어떻게 답을 찾아갈 지는 이제부터 정해야 한다. 내 길을 닦고 다져가는 건 이제 공감과 깨달음을 통해 드디어 반성할 수 있었던 내가 손수 직접 해야 하는 일이란 걸 이제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그리고 또한 이 과정은 남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도, 나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서도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다짐하는 바이다.
 이 나이가 되서야 백범일지가 그저 김구 선생님의 일기만이 아닌 하나의 이상적인 삶의 길이라는 걸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던 나. '백범 김구 선생님이 왜 이 자서전을 쓰셨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이제 이 이상적인 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어려울 거라는 건 안다. 어디 한 민족의 대가가 되는 일이 그리 쉬울텐가. 그래서 이제서나마 이 길을 내 길로 닦으려는 시도를 해보지만 절대 실패로 끝나는 시도는 아니길, 그래서 내가 이 겨레의 진정한 빛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빌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