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를 읽고

다향고등학교 차산업경영과 2학년 안서영

스스로 이런 말을 하기엔 부끄럽지만 나는 내가 상당히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많이 읽기는 하지만 꽤나 책에 대한 편식이 심한 편에 속했다. 한 눈에 흥미가 가는 책이 아니라면 손도 안대는 편이었다. 특히 제목만 보고 읽을지 안 읽을지를 판단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더구나 자서전은 제목이나 주인공이 아무리 흥미롭다 할지라도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던 분야였다. 그런데 그런 내게 국어선생님께서 꼭 한 번 읽어보라며 추천해주신 책이 내가 평소 거부감을 강하게 갖고 있던 자서전류로 백범 김구 선생님의 ‘백범일지’였다. 심지어‘백범일지’는 상편과 하편, 계속편, 나의소원 등으로 나뉘어져서 그 두께만으로도 나에게 중압감을 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내가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의 권유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놓쳐버리게 된다면 앞으로 다시는 읽을 기회가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자 그렇게 싫어하던 분야였는데도 읽어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백범일지’는 상편과 하편, 백범일지 계속편, 나의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편은 어린 두 아들에게 유서 대신 쓴 것이고 하편은 동포들에게 전하는 김 구 선생의 독립운동에 대한 활동과 생각을 쓴 것이다. 그래서 상편에는 김 구 선생이 독립 활동을 하기 이전에 살아온 생애가 상세히 적혀있고, 하편에는 김 구 선생이 성장한 이 후에 어떻게 독립운동을 하였는지가 주된 내용으로 되어있다. 또한 백범일지 계속편은 임시 정부의 활동과 조국으로 귀국 후의 활동이 주 내용이며 마지막 나의소원에서는 민족의 완전한 자주 독립과 우리가 가져야할 철학과 사상에 대해서 쓰고 있다.

김 구 선생의 생애에 대해 간단히 언급을 하자면 선생은 1876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첫 이름을 창암, 창수 마지막에 김 구 라고 개명을 했다. 어려서부터 글공부를 좋아하여 열성적으로 배움을 받고 17살 때 조선 최후의 과거에 응시하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1893년 18세의 나이로 동학에 입교, 적극적으로 동학 농민운동을 지도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또한 명성황후 시해 사건으로 일본군 중위를 살해해 사형을 당할 뻔했으나 고종의 특명으로 감형 된 후, 1898년 탈옥을 한다. 그 후 황해도 장연에서 봉양학교를 설립하는 등 국민을 계몽하고 교화 사업을 벌이는데 힘썼다. 3․1운동 이후에는 상해로 망명하여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설립, 조국의 광복과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으며, 광복 이후에도 민족의 자주 통일과 독립적인 정부 수립을 위해 힘쓰시다 민족의 통일을 반대하는 무리에게 암살되어 생을 마쳤다.

이 자서전을 읽는 동안 백범 김구 선생님의 삶에 대한 느낌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선생님의 개인적인 삶이 평탄하고 순탄한 여정이 아니라 지칠 정도로 고난과 역경의 연속인 풍운아적인 삶이었다는 것이다. 모든 독립투사들이 그러셨겠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일생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감옥에 수차례 투옥되고, 탈옥하고, 또 독립을 위해 했던 활동들이 순탄하기만 했을까? 그 와중에 생명의 위협을 수 없이 받았을 것이고 이런 상황 속에서 나라의 독립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 달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독립을 다짐하며 함께 했던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어땠을까? 나도 내일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는 공포보다, 민족을 위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죽음의 공포도 이겨 내고 소신껏 행동하셨을 선생님의 마음가짐은 평범한 나로서는 감히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백범일지’ 중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책의 중간 부분 쯤 에 나오는 ‘신민회 사건과 옥중 생활’ 부분이었다. 특히 ‘도합 일곱 번이나 매달려 질식된 후에 찬물을 끼얹어 회생시키는 일을 당하여도 심지는 점점 더 강고해졌다…….’ 라고 말하며 의지를 불태우는 그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이 장면을 읽으면서 김구 선생님하면 막연히 ‘독립운동가’ 라는 한 단어 밖에 몰랐던 나는 김구 선생님에 대한 무지함과 무관심했던 과거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위험 속에서도 끊임없이 독립 활동을 하시며, 오직 민족을 생각하고, 나라를 위해 노력하다 돌아가신 김 구 선생님의 삶의 업적을 읽으며 현재의 내 모습과 비교해서 나라면 저와 같은 혹독한 육체적, 정신적 상황 속에서 나를 잊고 민족만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만약 나였다면 저렇게 오직 한 길만을 바라보며 걸어올 수 있었을까? 과연 김 구 선생처럼 자기를 온전히 나라를 위해 바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김 구 선생님도 분명 몇 번 이고 자신만을 위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아들 앞에서는 강한 모습만을 보여주시려 애쓰시던 어머니의 안쓰러운 모습을 보면서,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투옥되어 고통 받는 상황 속에서 몇 번 이고 그 의지와 소신을 포기하고 굽힐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백범 김구 선생님은 오히려 민족과 나라 앞에서 다정한 아버지, 따뜻한 남편, 어머니를 위한 아들이 되기를 모두 포기하시고 오직 민족의 아들, 민족의 지팡이가 되어 나라의 길잡이가 되는 길을 선택하셨다. 분명 백범 김구 선생님은 성자도, 신도 아니다. 그렇지만 자신만을 위해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민족을 위한다는 그 마음 하나, 민족의 완전한 자주 독립 이라는 그 목표 하나로 자신을 희생하고 가르침을 주셨던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너무나 빛나보여서 그 오랜 시간을 넘어 지금 까지 김구 선생님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추앙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나는 백범 김구 선생님이 살아온 길처럼 오직 한 가지 목표를 신념으로 삼고 자신을 불사르며 살아왔던 적도 없었을 뿐더러 더구나 이름도 얼굴도 모를 수밖에 없는 내 먼 미래의 후손까지 생각하며 살아갈 생각은 해 본적도 없었다. 그런 내게 ‘백범일지’ 는 한 가지 목표를 던져 주었다. 먼 미래에, 언제라도 이 백범일지를 다시 대하게 되었을 때, 김구 선생님 같은 존경받을 만한 삶은 아니더라도 백범 김구 선생님의 그 의지와, 꺾이지 않는 신념을 닮아 ‘나는 내 이웃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의 불씨를 지니고 나만의 길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그런 목표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