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읽어야 하는 백범일지

20227 안아사

  미천한 백성을 상징하는 백정의 ‘백(白)’, 보통사람이라는 범부의 ‘범(凡)’. 백정같이 미천하고 범부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당신만큼의 애국심과 지식을 갖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탄생한 ‘백범’ 김구 선생. 독립 운동가이자 정치가인 백범 김구 선생은 일제시대 항일운동 지도자로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끌었으며, 8·15광복 이후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힘쓰다 1949년 암살당했다. 이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김구 선생’이다. 하지만 백범일지를 읽으며, 이러한 단순사실이 아닌 그 속에 들어있는 사상과 심지를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국어시간에 배웠던 시들이 떠올랐다. 김수영은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씩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중략)···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라고 말하면서 부당한 권력에 대결하여 싸우지 못하는 자신을, 소시민적 삶에 찌들어 세상의 불의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무능과 허위의식을 반성하고 있다. 아마도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양심과 삶의 태도를 다지게 되는 계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한편 이육사는 ‘교목’에서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라며 강인한 남성적 어조로 나라와 운명을 같이 하려는 지사(志士)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조국의 광복을 위해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푸른 하늘을 향해 위로만 자라는 교목을 통해 의지를 굽히지 않는 단호한 삶의 의지와 태도를 드러낸 것이리라. 김수영과 이육사, 두 시인이 생각하는 공통점이 바로 김구선생의 정신이 아닐까? 백범 김구야말로 개인적 안위를 버리고 자신의 온 생애를 우리나라를 위해 바친 민족의 영원한 지도자이고, 그의 말씀과 행동이 이렇게 글로 남아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백범일지를 읽으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읽으면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학생’,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 '교육자’ 이렇게 세 계층에게 권해주고 싶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였고, 영국의 정치가이자 사학자 카(E.H. Carr)는 ‘역사는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하면서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역사를 바로알지 못한다면 개인이든 국가든 발전할 수 없고, 국가의 정체성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계속 논란이 지속될 만큼 대한민국의 역사교육의 현실은 참담하다. 교육과정 개편이 있을 때마다 한국사는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을 오가고, 최근에는 집중 이수제에 따라 한 학년에 5000년 역사를 몽땅 배우는 일도 일어난다. 이런 탓에 안중근과 윤봉길 의사의 ‘의사’를 ‘닥터(doctor)'로 알고 있거나 5·18민주화항쟁이 강남에서 일어났다고 알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대입제도 개선안에 한국사 수능필수과목제가 포함돼 있긴 하지만 학생들의 부담과 사교육의 증대, 선교육방법 개선필요 등의 문제들이 거론되면서 찬반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배우고 싶어도 심도 깊은 한국사교육을 받기가 힘들어졌다.
  그런데 김구 선생의 인생을 통해선 한국의 역사를 볼 수가 있다. 김구 선생의 일생은 한국 근현대사를 대표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어린 나이에 구국운동에 참여하였으며 민족의 독립을 위해, 독립 후에는 자주 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해 전력을 다하여 노력해 오신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학생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이다. 우왕좌왕하는 한국사 교육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만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하여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부분까지 알 수 있으니, 이 책은 우리가 다가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근현대사의 교과서이다.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가 꼭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나는 오늘날의 인류의 문화가 불완전함을 안다. 나라마다 안으로는 정치상, 경제상, 사회상으로 불평등, 불합리가 있고, 밖으로는 전쟁에 희생당하고도 인심의 불안과 도덕의 타락은 갈수록 더해가니 이래서는 인류는 마침내 멸망하고 말 것이다.’라는 구절이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지금 사람들의 생각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었다. 요즘 SNS를 보면 젊은 세대 사이에 우리나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깊게 박혀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이기에 문제점들이 더 크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그것이 무조건적인 적대감으로 확산되는 듯이 보이는 것에 대해선 사회적으로 우려해야 할 문제이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오늘날 형편이 초라하다고 나라의 가능성을 의심한다면 스스로를 모욕하는 것이며 우리가 세계 무대에 주연 배우로 나서는 것은 오늘 이후’ 라는 부분이 이 문제의 해결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우리나라를 믿고, 긍지를 가지며, 함께 발전시켜 나가자’는 긍정적 공동체의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교육자’이다. 김구 선생께서도 ‘교육’을 강조하였는데, 좋은 민주주의 정치는 좋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하였다. 건전한 철학의 기초 위에 서지 않은 교육은 개인과 그를 포함한 국가에 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김구 선생의 생각을 읽으면서 교육자들은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을 것 이다. 사실 앞에서 말한 학생들과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에 가장 확실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계층이 교육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먼저 백범일지를 읽어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고, 학생들과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역사의식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교권실추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지만 사실 학생들에게 가장 지대한 영향을 주고, 신뢰감을 바탕으로 한 존경도 가장 많이 받는 직업이 교육자라고 생각한다. 좋은 교육으로써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사람들이기에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었다.
  착잡한 한국사 교육과정 속에서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 ‘학생’이, 나라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감이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의식을 갖기 위해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가, 좋은 정치를 하기 전 좋은 교육이라는 근본토대를 마련해주는 ‘교육자’가 모두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물론 이 세 계층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나 한 번쯤 보면 당연히 유익할 것이라 생각된다. 평소에 늘 나와 가까운 내 주변만을 생각하며 살았던 나에게 이 한 권의 책은 우리나라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돼 주었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도 백범일지를 읽고, 평소에 잊고 지냈던 역사의식을 다시금 떠올려보는 좋은 계기를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