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이 준 통일의 씨앗 -『백범일지』를 읽고

우석고등학교 2학년 2반 11번 김지훈

몇 년이나 되었을까? 일본이 역사를 자기들 마음대로 해석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교과서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일제에 의해 희생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이 흐르고 있는데 그것을 보고서도 여전히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니 정말 화가 난다. 우리 민족이 36년 동안 겪은 고통이 얼마나 컸던가. 난 비록 그 시대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방송에서 나온 내용이나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하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뜨거운 삶을 살다간 위인들 중 한 사람이 생각났다.
‘백범 김구’
백범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 독보적인 인물이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김구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인물이다. 우리나라가 일제에 의해 36년이나 지배를 받는 동안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일본에 대항하여 싸웠다. 그런 수많은 독립운동가들 가운데 이 김구 선생을 상좌의 반열에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읽은 책은 바로 『백범일지』이다.
『백범일지』는 백범이 53세 때인 1929년에 상권이 쓰였고, 14년 후에 하권이 쓰였다. 상권은 그의 성장기와 일본인 살해로 인한 감옥살이 및 탈옥 후의 방랑 생활과 교육 사업 그리고 상해 임시정부로의 망명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하권은 지난 50년의 과정에서 많은 과오를 남겼다고 말하며 해외에 있는 동지들에게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썼다고 한다. 백범이 말하는 자신의 잘못이란 무엇일까? 단결하지 못하고 우리만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독립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일까? 그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백범의 독립운동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업적이고, 그 과정에서 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생했음을 알기에 이는 지나치게 겸손한 태도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에는 김구 선생의 솔직함과 소탈함이 묻어나올 정도로 감추고 싶을 만한 일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매우 못생겼다고 기술한 점이나 자신은 영어를 전혀 못한다고 밝히고 있는 점들이 그것이다. 정말 이런 솔직한 태도가 나를 이 책에 점점 끌어들였다. 그리고 오히려 더욱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김구 선생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통하여 그의 간절한 소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김구 선생이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사에 남긴 발자취들은 실로 대단하다. 그는 20살 때 국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왜인을 죽이고 떳떳하게 포고문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고 집에서 기다리다가 순순히 잡혀간다. 이런 김구 선생의 행동은 나라를 위한 정정당당한 일이니 비겁하게 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국모를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던 일본에 백범은 왜인을 죽임으로써 수치를 씻으려 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라를 위한 그의 당당한 정신은 상해 임시정부에서 활동할 때까지 이어진다. 그는 ‘한인애국단’을 만들어 이봉창 의사와 윤봉길 의사에게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의거들을 지시했다. 이봉창 의사에게는 일본 천황의 저격을, 윤봉길 의사에게는 홍커우 공원 일본 천황의 기념장에서 폭탄을 던지게 한 것이다. 이렇게 김구는 우리의 독립 의지를 만방에 알리는 데 힘썼다.
일본이 아직도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교과서를 왜곡하는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우리는 이러한 김구 선생의 정신을 다시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지난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우기는 그들의 태도를 보면 정말 한심스럽기 짝이 없고 과거에 우리 민족이 당한 수난을 함께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을 만큼의 분노가 가슴속에 인다. 정말 억울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으니까 일본이 계속 잘못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요즘 들어 일본과의 문호개방으로 인해 일본의 문화가 물밀 듯이 들어오는데 그것을 모방하거나 무조건 따라서는 안된다. 물론 시대와 상황이 바뀌어서 총칼 대신 경제가 좌우하는 시대이기에 세계적인 경제대국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마저 일본에게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일본이 문화 개방의 명목으로 우리나라에 침투하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 왜색 문화가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시기에 우리는 민족의 혼을 더욱 지켜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백범은 매우 인간적이었고 신의를 중시하는 뛰어난 인품의 인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독립운동가가 감옥에서 옥사하여 그 유해를 찾아갈 사람을 찾고 있을 때 다른 모든 사람들은 일본에 주목받기 싫어서 나서기를 꺼려했지만 백범만은 당당히 나가 그 유해를 모셔오고 장례를 치르면서 목 놓아 통곡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모두 꺼려하는 일이라도 그것이 옳은 일이라면 백범은 발 벗고 나섰다. 또한 다른 독립운동가의 죽음을 그렇게도 슬퍼했다. 이런 것으로 보아 백범의 훌륭한 인품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또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백범은 이봉창, 윤봉길 의사 등으로 하여금 일왕과 일본군을 암살하도록 지시한다. 그 암살 작전 후에는 이봉창과 윤봉길 그리고 자신의 죽음까지도 생각해야 할 상황이었다.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하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봉창은 동경에서 일왕을 저격하는 일에 기꺼이 참여하고, 윤봉길 역시 일본군을 향해 폭탄을 던졌다. 그리고 거사 직후 일본 경찰에 잡혀갔을 때 자신의 배후를 말하라는 모진 고문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끝까지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 같은 행동은 백범이 그들을 신의로 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목숨까지 버릴 수 있게 한 것이었다. 이봉창, 윤봉길 의사가 이런 의거를 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 불타는 애국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평소 백범에 대한 믿음과 존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또 백범의 인품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보통 사람은 자신의 지위가 높아지면 남을 업신여기고 옛정을 잊어버리기 십상인데 김구 선생은 예전의 동지를 다시 찾아가 보는 등 옛정을 소중히 여기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리고 남 앞에서는 항상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을 지니고 있었다.
아울러 백범에게서 강하게 풍겨오는 것은 어떠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꿋꿋한 의지다. 보통 사람은 고통을 당하는 것이 두려워 변절하기 쉽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민족대표 33인 중 만해 한용운을 제외한 손병희 등 대부분은 일본 경찰에 끌려간 뒤 모두 자신들은 일본의 조선 합병을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며 변절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백범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는 인생을 살면서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았다. 오직 나라를 걱정하고 독립시키려는 의지를 더욱 굳건히 했다. 그리고 늙어서도 백범의 의지는 꺾일 줄 몰랐고 더욱더 강해져만 갔다. 그래서 광복 후에도 신탁통치를 반대하고 신탁통치가 끝난 다음에는 한반도의 분단을 막고 남·북한 총선거를 실시하기 위해 38선을 넘나들며 회담을 계속 했다. 그리고 삼천만 동포에게 자주 독립의 통일 정부를 세우자고 강력히 호소하였다. 백범은 민족의 비극인 분단을 끝까지 막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우리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는 참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백범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재야에서 민족 통일 운동을 전개하던 중에 1949년 6월 26일 6·25전쟁이 일어나기 1년 전에 경교장에서 육군 소위 안두희의 총에 맞아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인 선생이 일본 사람도 아닌 우리 민족의 군인에게 암살 당하셨다니 정말 원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역사의 큰 별이 지고 만 것이다.
우리 민족의 영원한 큰 스승이자 위대한 지도자인 백범에게는 참으로 다양한 면모가 있었다. 격동의 세월을 굽힐 줄 모르는 의지와 불타는 애국심으로 무장하여 일제의 압제에 저항한 독립투사, 인간을 신의로 대하며 눈물을 감추지 않았던 지도자, 민족의 앞날은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갈파한 탁월한 정치적 식견을 가졌던 인물, 그리고 문화와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조했던 선각자, 같은 민족이 갈라설 수는 없다며 하나의 조국을 갈망했던 진정한 민족주의자…… 이런 모습을 가진 백범이었기에 우리 역사상 가장 빛나는 큰 별이 될 수 있었으며, 오늘날에도 그의 삶은 우리 민족에게 많은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다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백범이 뿌린 씨앗은 이제 우리 민족에 의해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쯤 우리는 백범 김구 선생만의 소원이 아닌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소원인 통일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정말로 백범이 보여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정신이 널리 퍼져 통일의 씨앗이 빨리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큰 나무로 자라나 열매를 맺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