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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독서감상문쓰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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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소개

수상작 소개 상세내용
제목 문지기의 사명감
작성자 김규태(육군 36사단) 개최일 2016-09-27 조회 204

문지기의 사명감

 

36보병사단 기동대대

상병 김규태

 

사명감(使命感),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태도나 책임감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총탄이 빗발치고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고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인에게 사명감이란 늘상 심중에 두고 새겨야할 정신이자 군인정신 그 자체이다. 그렇기에 군인이 사명감을 잃는다는 것은 그 존재가치를 잃는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군인정신 없는 군인은 한낱 용병, 무뢰배와 다를 바 없고 군인이 사명감을 가지고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 바로 민족이요 국가이기 때문이다.

 

나의 오랜 고민 역시 비로소 이 사명감에서 출발한다. 처음 군복을 입고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나는 지금까지 어느덧 네 계절을 건너와 다시 처음에 서있다. 당시 막내로, 갓 전입온 이등병이었던 나는 이제와 분대장으로서, 선임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또 다른 나들을 이끌고 인도하여야 하는 위치에 서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곳에서의 그러한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과 높아진 계급과는 별개로 내가 군생활에 익숙해지는 만큼 군인으로서 내 자신의 그림자는 짧아져만 간다는 사실이다. 입대 직후 지녔던 초심의 중심에 함께 지니고 있었던 군생활에 대한 사명감이란 것이 무감감각해지고 무뎌졌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되돌아보면 군생활을 갓 시작하던 시기의 나에게도 이른바 소명의식이란 것이 있었다. 아무런 제약 없이 방종과 치기로 점철된 입대 전과 달리 군인으로서 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여야 할 의무를 두 어깨에 지고 있다. 그리하여 고된 훈련을 받으면서도 그 부름에 상응하는 군인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여기며 견뎌낼 수 있었으며 내가 하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대한민국의 안녕과 번영에 터럭만큼이라도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매사에 열정적으로 배우고 최선을 다해 체득하고자 노력하였다. 백범 선생님이 지녔던 독립에 대한 갈망의 정도에는 견주지 못할지언정 내가 누려왔고 향유했던 것들에 대한 일말의 보답과 선배 전우들에 대한 감사에서 비롯된 약소한 사명감이 나에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입대 초기 국가로부터 부름을 받아 대한의 건아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곳에 서있다고 생각했던 자리에는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군생활에 대한 니힐이 자리 잡았다. 신병교육을 받으며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해 기초 전투능력을 배양하고 전투의지를 다졌던 훈련병이었던 나는 이제 총보다 키보드 자판을 자주 만지고, 대검보다는 사무용 칼이 익숙한 행정병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문을 가지며 고작 이런 일들에 대해 사명감을 갖는다는 사실 자체가 어찌 보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일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내게는 군생활과 군인으로서 내 존재가치를 기준 짓는 중요한 잣대였다.

 

보직에서 비롯된 고민은 평시 임무 수행뿐만 아니라 훈련시에 더욱 깊어졌다. 내 보직은 훈련을 준비하고 시행함에 있어 최대한의 행정적인 뒷받침을 수행하여 훈련의 성공과 완전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기본적인 임무로 수행한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는 훈련의 중심에서는 그림자와 같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보조하는 조연의 역할인 경우가 많다. 그 때문일까? 훈련이 거듭되고 지속적으로 훈련시에 본대와 유리되어 보조임무를 수행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겉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스스로 군인의 신분으로 복무를 하는 것인지 작업 잡부로 복무를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와중에서 자신의 스탠스에 대한 회의가 생겨났다. 매일의 일과에 대한 공허함과 스스로의 입지에 대한 염세적 태도는 너무나 익숙해진 군생활에서 어느덧 사명감의 빈자리가 드러나는 물증이었다.

 

󰡔백범일지󰡕에 담긴 백범 김구 선생의 삶은 그런 내 삶에서 상실한 초심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치하포 의거로부터 한민족의 온전한 독립을 이루기 위하여 38선을 넘나드는 때까지 백범 선생님은 단 한순간조차 대한의 자주독립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민족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청년시절 십여 년을 투옥되어 갖은 고문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만큼 고초를 겪으면서도 백범 선생님은 칠십 평생 동안 끝내 과거 법정 심문장에서 일본인들을 향해 옹골차게 잘못을 꾸짖어대던 기개를 그대로 지닌 채로 살아갔다. ‘나의 소원에서 드러나듯 백범 선생님의 삶의 중심에는 독립을 향한 사명감이 언제나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거창한 사명감과 별개로 내게 가장 큰 울림을 준 부분은 임시정부가 처음 창립될 당시 백범 선생께서 도산 안창호 의사에게 자신을 임시정부 청사의 문지기로 써 줄 것을 요청한 일화이다. 민족의 지도자이자 존경 받는 스승임에도 불구하고 임시정부의 존립과 자주독립을 위하여 창을 닦고 마당을 쓰는 궂은일을 도맡아 하겠다며 스스로를 조연이자 낮은 위치로 내세우는 그의 모습을 보며 중심과 외곽을 따지며 일희일비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중요한 것은 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누가 중심에 서느냐는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라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 하여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사실 그 자체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가 백범 선생님께서 민족의 지도자로서 수많은 청년들과 운동가들을 규합하고 임시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독립의 기틀을 마련하는 원동력이 되었음은 자명하다.

 

백범 선생의 문지기 일화는 우리에게 사명감이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크고 거창한 목표와 입지가 사명감의 필요조건은 아니다. 임시정부 청사의 문지기가 되어 나라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헌신하겠다는 그 의지야말로 그 필요조건이다. 마찬가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거창한 업적을 달성해야만 그가 훌륭한 존재가 되는 것 역시 아니다. 국가라는 거대한 구성체를 돌아가게 만드는 톱니바퀴 한 조각조각처럼 아주 작은 일인지언정 자기 소임을 다하는 모든 이들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이들이다. 문지기야말로 가장 고결한 애국자이자 가장 강한 사명감을 지닌 존재였던 것이다.

 

내가 군생활에 대해 품었던 회의 역시 바로 여기에서 해결되었다. 군인으로 거창한 애국애족 행위를 기대했던 이상과 실상 내게 주어지는 자질구레한 일들의 현실 사이의 간극이 내 군생활 자체를 매너리즘에 빠지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그러나 백범의 삶에서 배운 가르침은 그 속에 여전히 사명감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다. 나는 일년전에 그랬듯 여전히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매일 되뇌이는 군인이다. 내개 주어지는 작은 일들이 결코 그 자체로는 크지 않지만 그러한 작은 것들이 모여 이 사회를 지탱하고 이끌어 나가는 큰 일이 된다는 사실을 믿는다. 그리고 그 일을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여 완수해 나가는 것이 내가 국가와 국민에 대하여 바칠 수 있는 가장 큰 충성이요, 내 속에 자리 잡은 사명임을 믿는다.

 

군생활의 황혼에 다가가는 지금, 지켜나갈 수 있는 나의 나라, 나의 민족, 나의 국가가 있음에 무한히 감사하며 백범 선생께서 지니셨던 애국애족의 정신을 본받아 다시금 끝없는 사명감으로, 범 백성들이 본인과 같은 정신을 가지기를 소망했던 백범(白凡)의 그 마음가짐처럼 나 역시 내 나라 대한의 일등 문지기로, 남은 시간들을 가장 아름답고 보람된 시간들로 채워나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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