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의 격변기였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 근현대사의 중심에는 백범 김구가 있었다. 동학농민운동부터 시작해 스치다 살해와 투옥, 을사조약, 3.1운동, 임시정부, 해방, 좌우합작운동 등 그의 삶은 한 마디로 ‘다사다난’ 이었다. 이 시대에 김구처럼 모든 역사의 중심에 위치하고, 또 그 만큼 역사를 이끌어간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그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빼놓을래야 빼놓을 수 없는 독립 운동가이자 민족 지도자였다.

이러한 김구의 생애에 비하면 그의 호와 이름은 이상할 정도로 평범하다. ‘백범일지’에도 나오듯이 그의 본래 아명은 창암이었고 동학에 입도한 후부터는 창수로 개명하였다. 후에 이름을 ‘구’로 고치고 자는 ‘연상’, 호는 ‘연하’로 하나, 감옥에서 그는 이름을 구(九)라 하고 호는 백범(白凡)이라 고쳤다. 이는 단순히 그가 겸손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그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 즉 백정과 범부 또한 애국심을 가져 독립 국가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그의 계몽적이고 애국적인 민족 지도자적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김구가 본격적으로 민족 지도자의 길을 걸은 것은 임시정부에 들어가게 된 후였다. 처음에 그는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시켜 달라 청원하였으며, 후에 차츰 그의 활동을 넓혀가며 내무총장의 자리에도 올랐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오로지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이었다. 그는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한인 애국단 등의 독립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으며 임시정부의 의의 또한 대단했다.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독립 운동을 도모하고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독립 후의 각각의 당을 결합할 계획을 세웠으며, 한국 광복군을 창설해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광복이 이루어진 후에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로 그 정신이 계승되었으며,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헌법에도 나와 있는 부분이다. 임시정부는 김구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모여 이끌어간 대한민국의 공식 정부이자 일제를 몰아내고 새로운 이상 국가를 건설하려는 독립 정부였다. 완전한 주권과 기반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김구는 임시정부를 통해 민족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김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항복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2차 세계대전은 종결되었고, 우리나라는 타율적인 독립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백범일지’에서도 김구는 갑작스러운 일본의 항복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때까지 열심히 준비한 광복군의 국내 진입 작전이 무산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국내 진입 작전이 계획대로 이루어졌다면 독립 후의 우리나라의 지위가 높아져 김구가 원하던 완전한 자주 독립 국가를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결국 우리나라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남과 북으로 분단되고 만다. 김구는 3.8선 일대를 순환하며 그의 고향인 해주를 다시 가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의 소망이자 최종 목표인 완전한 자주 독립 국가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광복 후 신탁통치반대 국민총동원 위원회를 조직하기도 했고, 남북회담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그의 소망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역사의 흐름은 너무나도 거셌다. 그가 1949년 날아온 총탄에 맞아 운명한 이후인 1950년, 결국 분단되었던 우리나라는 6.25라는 민족적 참사를 겪고 만다.

그렇다면 그가 바란 이상 국가는 무엇이었을까? 이는 그가 쓴 <나의 소원>에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완전한 자주독립국가로서의 입지를 지니고, 가장 부강하지 않더라도 인류가 평화로울 수 있는 사상과 문화를 지닌 국가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고 그는 국가가 하나의 학설과 사상을 표준으로 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가 바란 이념은 ‘자유’였다. 민주주의를 토대로 하고 철학을 기초한 독재를 배재하는 그러한 것. 그렇다고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를 그대로 따라한 것이 아닌 우리나라만의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이상적 국가는 지금 이루어진 것일까?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 이러한 김구의 이상국가를 실현한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남북으로 분단되어 각자의 무력을 키우는데 급급하고 있다. 문화와 교육의 힘 또한 차츰 길러가고 있지만 이상적인 국가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빈부 격차가 심하고, 서로 화합하는 문화와 사상이 부족해 계속해서 사회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다. 백범이 서거한 지 60년이 넘은 지금도 그의 뜻은 아직 실현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 넓은 세상에 그러한 이상 국가가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백범 김구가 죽는 날까지 자신의 소망 실현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의 소망을 이어 받아 이상 국가를 만들어 가는 것은 이제 우리의 과제일 것이다. 김구와 같이 의로운 뜻을 가진 지도자를 기다리거나, 직접 그러한 지도자로서의 길을 걷는 것도 좋은 일이다. 독재와 통제, 무력으로써 자신의 국민들을 탄압하지 않고, 함께 화합하여 발전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으로서의 역할이다. 아무리 지도자가 뜻이 있고 뛰어나다 하더라도 국민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헛수고일 것이다. 자신과의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서로 돌보고, 물질적인 욕심보다는 문화적인 욕심을 추구하는 그런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자유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모두 가져야 이상 국가의 국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마음 자세는 자신이 김구와 같은 민족 지도자는 아닐지라도 ‘백범 김구’처럼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애국심을 가지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지도자로서의 소양과 애국심을 갖추는 것. 그것이 백범 김구 선생의 호에 담긴 의미이자 현재 대한민국 시민의 임무일 것이다.

만일 내가 이 책을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면 이것은 단지 평범한 자서전이나 일대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백범일지’는 나로 하여금 민족적 정서를 환기시켜 주었고, 우리가 당면한 과제를 깨닫게 해 주었다. 이처럼 ‘백범일지’는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책이었고,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민족 지도자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역사서이다. 우리나라 민간에서 퍼지던 사상이나 종교, 이념 등에 따라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을 토대로 묘사하기도 하였다. 김구는 또한 국내외의 정세와 독립운동의 전개 과정, 그것의 결과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하기도 하였다. 특히 독립 운동을 전개하면서 김구 자신이 일제에 의해 현상금이 걸리게 되는 부분을 보면 김구가 일본의 입장에선 얼마나 눈엣가시였는지 알 수 있다.

그만큼 김구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독립 운동가였던 것이다.

‘백범일지’는 역사서 외에도 자서전으로서의 가치도 지닌다. 그의 어린 시절의 행동에선 자신의 장난스러웠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 공감을 사기도 했다. 또 감옥에서의 감정을 꾸밈없이 묘사하여 자신의 이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모습들에서 그의 가치와 인생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외 모든 신념과 애국심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이처럼 ‘백범일지’는 김구의 생애와 그가 자란 환경, 시대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한 글이며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백범일지’가 20세기에 지어진 책이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은 크다. 나는 ‘백범일지’를 읽고 이 책을 다른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