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친구가 된 백범일지

수명고등학교 2학년 정윤호

“상이 좋은 것은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이 좋은 것은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

김구가 “상서”란 책에서 마음에 들어 했다는 구절이 백범일지를 읽는 내내 마음에 남았다. 김구는 볼품없는 얼굴을 지녔다. 옆으로 쭉 째진 단춧구멍 눈과 툭 튀어나온 이마, 매력 없는 주먹코는 준수한 외모와는 거리가 멀었다. 김구 자신도 외모에 좌절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상 좋은 이보다 마음 좋은 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일생 동안 그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광대한 마음에 품으려 노력했다. 그 결과 그는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 겨레의 스승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백범일지는 조선 국민들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에 담으려한 현인 김구의 일기이다. 동시에 선각자의 삶을 들여다 보고 그 걸음에 동행하게 하는 삶의 지침서이다.

백범일지를 읽으며, 나는 김구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어떻게 의연한 모습과 애국심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깨달았다. 김구의 힘은 바로 주위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김구의 힘이 된 첫 번째 사람은 고능선 선생이다. 거듭되는 실패로 인해 끝없이 좌절하던 김구에게 그는 인생의 길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실천의 힘을 김구에게 알려주었다. 만약 김구에게 고능선 선생과의 만남이 없었더라면 그는 일본인 스치다를 척살하지 못했을 것이며, 만민의 존경을 받는 김구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두 번째 김구에게 힘이 된 인물은 어머니 곽낙원 여사이다. 곽낙원 여사는 김구의 그림자였다. 김구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매일 사식을 만들어 교도소에 넣어 주고, 김구가 중국으로 망명해 독립 운동을 할 때는 김구의 처자식을 돌봐 김구의 걱정을 한시름 덜어주었다. 재물에도 욕심이 없었으며 언제나 그녀의 마음속에는 뜨거운 나라 사랑이 있었다. 그녀는 나라를 위해 자신의 환갑잔치도, 생일잔치도 서슴없이 생략했으며 자신의 생활비를 절약해 김구에게 독립 활동비로 사용하라 하였다. 이러한 곽낙원 여사가 김구에게 끼친 영향은 지대하였으며 김구에게 큰 힘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마지막으로, 김구의 힘이 된 사람은 바로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이었다. 일제의 착취와 폭정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은 날로 피폐해졌을 것이다. 그 때문에 부귀영화가 눈앞에 있다면 그 유혹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가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러지 않았다. 김구를 암살하면 금은보화를 주겠다는 일본의 회유와 협박에도 국민들은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럴수록 김구를 아끼고 보호했다. 심지어 일제에 빌붙어 사는 자들도 김구를 보호하려 애썼다. 만약 남몰래 애국심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던 국민들이 없었더라면 김구가 버젓이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김구가 어둠에 맞설 수 있는 거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김구 자신의 힘뿐만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나라를 사랑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명품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기에 김구는 백범 삶의 주연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김구는 자아성찰의 대명사였다. 자신의 방만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김구가 서대문형무소에서 출옥을 얼마 남기지 않았을 때였다. 세상에 나가 각종 유혹에 자신의 의지가 무너질 것을 염려한 그는 호를 백범으로 바꾸었는데, 이 호의 의미는 사회의 열등한 자들인 백정과 범부들이라도 현재 김구 자신의 애국심 정도는 되어야 독립 국민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만큼 김구는 자신과 민족의 애국심 고취를 중시했으며, 혹여 태만해질까 염려했던 것이다.

또한 김구는 기개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재판 때도 서슬 같은 호령을 부르짖어 왜놈 순사를 겁주었고, 온갖 신문에도 왜에게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머리를 기둥에 들이받아 왜에게 절대 굴복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임시정부에서 문지기 역할을 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위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니, 소박함 역시 지녔다고 할 수 있겠다.

김구는 만인의 행복을 꿈꾸는 박애주의자였다. 사상에 의한 분열이나, 타국의 압정으로 국민들이 고통 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만인이 행복할 길은 독립이라고 생각했기에 김구는 그토록 간절히 독립을 소망하였고 독립을 위해 노력한 것이다.

볼품없는 외모에 상놈 집안 자손이 시작이었으나 끝은 만국민의 희망과 존경의 대상이었던 김구. 그 어떤 요령이 있었던 것도, 훌륭한 환경을 타고난 것도 아니었다. 오직 넓은 도량과 드높은 기개, 국민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이 있었기에 김구는 온 민족의 존경을 받게 된 것이었다.

백범일지를 통해 김구의 생애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일제강점기의 신산한 우리 민족의 삶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고 그 삶에서 벗어날 길은 독립이라고 생각한 선각자 김구의 안목, 독립을 위한 아름다운 희생정신과 용솟음치는 뜨거운 애국심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짧은 글솜씨이지만 우리나라, 우리 민족을 잊지 않는 작가가 되겠노라, 약하고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또한 영웅의 탄생은 비범한 재주와 막대한 재력에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김구는 머리가 유별나게 뛰어나지도, 양반 가문도 아니어서 매번 괄시를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김구는 절대 그런 것들에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한계와 제약을 뛰어 넘으려 했다. 항상 자기개발을 위해 노력했고 스스로 반성하며 단점을 개선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다. 이러한 김구의 순도 높은 노력과 끝없는 성찰은 내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더 간절히 바라는 것은 저마다 이 나라를 제 나라로 알고 평생 이 나라를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하는 것이다.”는 김구의 당부처럼 여러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대한민국 국민임을 잊지 않고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되었다. 내 삶의 여정 동안 힘과 교훈이 되어줄 한 권의 멋진 친구, 백범일지를 만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