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따르고픈 발자국

-『백범일지』를 읽고

전주여자고등학교 2학년 김승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백범은 살아생전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한테 서산대사의 이 시구를 써주었다고 한다. 백범일지야말로 김구 선생이 우리에게 남겨준 커다란 발자국이 아닐까?

백범 김구가 나라를 진정 사랑한 훌륭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였는지 나는 몰랐다. 시험을 위한 역사공부는 열심히 하면서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꼭 읽어봤어야 할 <백범 일지>를 이제야 읽게 된 것에 부끄러웠다.

백범일지는 진정 꼭 읽어봐야 할 책이었다. 정말 솔직한 글이었고,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 까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김구의 집안내력, 어린시절, 사회진출, 청년기, 방황했던 삶, 식민의 시련, 고난의 길 등을 보면서 김구에게서 내가 이어가야할 발자국을 보았다.

먼저 김구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열심히 실천하였고 그 과정에서 하나하나 얻어갔다. 어려서 놀기도 열심히 놀았고, 글공부에 관심이 생겼을 때 아버지께 말씀드려 바로 글공부를 했고, 과거장의 부패한 모습을 보고서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여 관상을 연구했다.

동학에 발을 들인 것, 청나라 여행길에 올라선 것, 치하포에서 나라의 치욕을 갚기 위해 왜놈을 찌른 것, 감옥에서도 자신은 죄인이 아니고 나라의 치욕을 갚은 것이라며 당당히 행동한 것, 감옥을 탈출하고 중이 되었다가 다시 세상으로 나온 것, 상하이 임시정부 활동 등이 그야말로 영화의 장면들처럼 펼쳐진다.

양반도 아닌데 글공부를 한다면 남들이 비웃을 텐데 라는 생각보다 하고자 하는 마음과 굳은 신념이 앞섰던 김구의 모습에서 그의 도전정신과 끈기를 보았다.

남의 시선을 너무도 많이 의식하는 요즘 세상에서, 요즘세상 사람들 같이 남을 의식하며 굳이 안 해도 될 걱정까지 하는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담대히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겸손히 하나하나 배워갔던 그의 발자국을 따라가고 싶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백범의 가족들이었다.

그는 오로지 나라의 독립, 자유를 위해서만 살았다. 우리에게 영웅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의 자식들, 아내, 부모님은 서운할 수 도 있었을 텐데 독립운동가의 가족답게 ‘우리 집보다 우리나라를 먼저’ 생각하였다.

특히 그의 아버지가 백범이 처음 왜놈을 죽이고 왔을 때 우리 집이 흥하든 망하든, 네가 알아서 하라 라며 말리지 않으셨다는 부분에 놀랐다.

자기 아들이 어느 부분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거나, 공부를 아주 잘한다거나 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우리 가족의 먹고사는 문제나 안전 등 그 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 텐데 그의 아버지 또한 자기 아들을 믿었다.

가족들이 믿었고 그들끼리 먹고사는 문제보다 나라를 더 생각했기에 백범 김구도 나라를 위해 살아가는 일에 더 집중하며 그 길을 걸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남편을 여의고도 혼자 끝까지 김구의 옥바라지를 했던 결국 나라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도 참 대단하신 분이다.

딸 셋을 잃고, 아내의 마지막 죽는 순간에도 함께 하지 못하고, 아들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이 있었음에도 다른 동료들이 비싸서 맞지 못한 약을 내 아들이라는 이유로 줄 수는 없다며 묵묵히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인 모습 등에서 김구의 나라에 대한 의리를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더 큰 일을 위해 기다릴 줄 아는 김구의 그 발자국을 따르고 싶다.

1919년 3월 1일 대한독립만세 운동이 있던 그때 한 청년이 선생님이 아니면 누가 앞에 나서냐고 물었다. 백범 김구는 “만세만 부른다고 독립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고 꾸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고 하였다.

보이기 위한 한순간의 뜨거운 나라 사랑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계획하며 진정 이 나라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그는 기다렸다. 어떤 일이든 무조건 앞장서서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때를 기다리고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갔던 그의 삶의 태도는 그의 끈기와 도전정신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결정체였다.

김구와 이승만의 만남은 최악이라고 했나. <백범일지>가 이승만 정권이 물러나고 나서야 금서에서 풀려났던 것, 갑작스럽게 안두희의 총에 맞아 죽은 김구 선생. 그런데 우리 민족의 가장 위대한 분을 죽인 안두희가 감옥에서도 고기를 마음껏 먹었고 사형이 아니라 15년 정도의 감옥살이로 끝났다는 사실에 나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의 치욕을 갚기 위해 옥살이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사형수가 되어 죽을 뻔 했는데, 분명 그 뒤에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를 보면 그 수도의 중심에는 가장 위대한 독립운동가의 동상이 서있다. 그를 기념하는 광장이 있고, 그의 얼굴이 들어간 화폐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어떤 독립운동가에게도 그런 대우를 한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부분에서도 이상함을 느껴야 한다. 진정 위대한 인물로 기리고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

‘독립운동가 대단해, 백범김구 존경해요.’ 여기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본받을 부분을 기꺼이 본받아 실천해야 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김구선생님이 본다면 뭐라고 하실까? 그가 원하던 진짜 자유가 우리나라에 있을까? 김구는 독립한 제 나라의 빈천이 남의 밑에 사는 부귀보다 기쁘고 영광스럽고 희망이 있다고 하였다. 우리나라가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나라를 빼앗기는 아픔을 알기에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되길 원한다고 하셨다.

나는 그의 소망을 이어가고 싶다. 그리고 그의 발자국을 따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