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그리고 나의 다짐

영천고 1학년 박명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눈을 치켜 뜬 채 봤을 2013 동아시안컵 한일전.
  나는 이 경기에서 플랜카드에 적혀있던 문구 하나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나는 이 문구를 읽고 가슴이 찌릿했다. 왠지 이 문구가 나를 보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구선생을 떠올리면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해 독립운동에 힘쓰시고, 후에 신탁통치를 반대하시다 안두희에 의해 서거하셨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백범일지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내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여태까지 나는 역사를 배웠지만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범일지를 읽고 나서 김구선생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었고, 역사를 바라보는 안목도 조금이나마 바뀌게 되었다.
  김구선생은 내 나이 때에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를 하다 과거제의 타락과 매관매직의 성행에 크게 실망하여 과거 공부를 그만두고, 어린 나이에 오응선을 만나 동학에 입도하여 나라에 헌신했다고 한다. 감히 나와 비교 해보면 김구선생의 어린시절은 일찍이 비범함이 엿보이고, 용맹함이 느껴진다.
  백범일지를 읽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김구선생이 일본인 스치다를 살해한 부분이었는데 김구선생의 대담함과 결단력을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당시 명성황후가 시해 당했던 을미사변으로 조선의 분노가 들끓고 있었을 때 김구선생은 이를 보복하기 위해 일본인 스치다를 살해한 것이다. 이 때 나는 김구선생이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그 만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구선생이 스치다를 죽였을 때에 나이는 고작 21살이었다고 한다. 그런 나이에 어떻게 그토록 용감한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참으로 놀라웠다. 결국 김구선생은 감옥에 투옥되었지만 고종의 도움으로 풀려나게 된다. 조금만 고종의 사형집행 정지 명령이 늦었더라면 죽었을 수도 있었다고 한다. 하늘이 도운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김구선생은 몇 번 더 감옥에 투옥 되지만 온갖 고문, 협박, 위협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고 당당했으며 오히려 일본인들을 혼냈다.
  그렇다. 이 때 나는 깨달았다. 김구는 잘못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김구선생은 오직 우리나라를 위해 정당하게 행동했을 뿐이기에 감옥에 들어가도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김구선생은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일제식민지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도 웅크리지 않고 맞서 싸워나갔다.
  원래 김구선생의 이름은 김창수인데 후에 호를 백범, 이름을 구로 고쳤다고 한다. 호를 백범이라고한 이유는 천한 백정과 무식한 범부가 적어도 자신만큼의 애국심을 갖게 하자는 의미고이고, 구는 왜적의 국적에서 일탈하자는 뜻이라고 한다. 백범김구 그 이름에서부터 뭔가 모를 강인함과 극복해 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후에 김구선생은 한인애국단 결성해 이봉창 의사의 일왕저격사건과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 공원 폭탄사건을 주모하게 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다시 한 번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는 여태 이봉창 의사와 윤봉길 의사를 구별조차 못한 것이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17살이나 되어서도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백범일지를 통해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 책에서 보면 김구선생의 나의 소원 중 이런 말이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이 글에서 보면 김구선생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복수, 강한 힘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양보하고 어울리며 타협하고 배려하는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김구선생은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를 위해 애쓰시다 이 백범일지를 남기고 가셨다. 나는 이 백범일지의 마지막 한 장을 넘기고 나서 김구선생에 대한 또 하나의 경이로움을 느꼈다. 김구선생은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셨음에도 자신은 항상 정부의 문지기가 되기를 원했던, 자신을 낮추는 분이셨다. 하지만 나는 김구선생이 자신을 낮춤으로써 더욱 김구선생을 존경하고, 우러러 보게 되었다. 또, 이 백범일지를 읽음으로써 역사책에서만 보던 김구선생이 아니라 김구선생의 인간성, 소박함, 대범함, 그의 어린 시절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아직까지 백범일지 앞표지에 있던 김구선생의 활짝 웃는 얼굴이 생생하다. 어느 때 보다 힘든 시기에 살아셨을 김구선생이 어떻게 활짝 웃으실 수 있었을까? 아마도 김구선생은대한민국의 완전한 자주독립이라는 그 하나의 염원만을 마음에 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나도 김구선생처럼 하나의 목표만을 갖고, 열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최근 수능필수과목으로 역사가 다시 지정되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공부해야 할 양이 더 늘었다며 불평하는 말들이 많이 있다. 나는 지긋이 웃었다. 그리고 순간 깨달았다. 역사는 그저 암기식으로 무작정 외워 공부를 해야 하는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해를 통해 사회를 새롭게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백범일지 속의 김구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며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 자신을 다시 되 돌이켜 보며 큰 반성을 하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 김구선생이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백범일지 책을 다 읽었을 때 나는 눈을 감고 생각해 보았다. ‘그래, 내가 얻은 건 뭐지? 이제 나는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하나의 다짐을 했다.
  나도 김구선생처럼 우리나라를 조금이나마 더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나의 꿈을 이루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